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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 코로나가 남긴 것, 그리고 남겨야 할 것
2020년 초, 세상이 멈췄습니다. 코로나19라는 낯선 바이러스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었죠.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안 돼서 백신이 나왔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보통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걸린다는데 말이죠.
그 중심에 모더나(Moderna)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했던 이 회사는 하루아침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약사가 됐습니다. 주가는 폭등했고, 창업자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코로나가 일상이 된 2024년, 모더나는 여전히 투자할 만한 회사일까요?

모더나가 정확히 뭐 하는 회사지?
모더나는 2010년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됐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이고, 티커는 MRNA입니다. 회사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Modified RNA’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mRNA가 뭔데 그렇게 대단한가?
고등학교 생물 시간을 떠올려보세요. DNA가 유전 정보를 담고 있고,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게 RNA라고 배웠습니다. 그중에서도 메신저 RNA, 즉 mRNA는 DNA의 정보를 읽어서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를 전달합니다.
여기서 천재적인 발상이 나옵니다.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의 설계도를 직접 만들어서 몸에 넣으면 어떨까?”
예를 들어볼게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단백질을 우리 몸이 미리 알아보게 만들면, 진짜 바이러스가 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겠죠.
전통적인 백신은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조각을 넣습니다. 하지만 mRNA 백신은 단백질 설계도만 넣습니다. 우리 몸이 그 설계도를 읽고 스스로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게 왜 혁명적이냐고요?
첫째, 빠릅니다.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만 있으면 바로 백신 설계가 가능합니다. 모더나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받은 게 2020년 1월 중순이었는데, 불과 2일 만에 백신 후보를 설계했다고 합니다.
둘째, 안전합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쓰는 게 아니니까요. 설계도만 들어갔다가 며칠 후 사라집니다.
셋째, 유연합니다.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설계도만 조금 바꾸면 됩니다. 공장 설비를 새로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백신만 만드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더나를 ‘코로나 백신 회사’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비전은 훨씬 큽니다.
모더나의 공식 홈페이지(https://www.modernatx.com)에 가보면 놀랍도록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있습니다. 독감 백신,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은 물론이고, 암 치료제, 희귀 질환 치료제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흥미롭습니다. 환자의 암세포를 분석해서 그 사람만을 위한 맞춤 백신을 만드는 겁니다. SF 영화 같지만 이미 임상 시험 중입니다.
모더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10년간의 긴 터널
모더나는 2010년에 설립됐지만, 2020년 전까지는 시판 제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상품화된 게 없다니, 투자자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하지만 회사는 꾸준히 투자를 받았습니다. 기술의 잠재력을 믿었던 거죠. mRNA 플랫폼이 성공하면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개의 약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 믿음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 게 2020년입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기회
팬데믹은 인류에게 재앙이었지만, 모더나에게는 기회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워프 스피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백신 개발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었습니다.
모더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빠르게 임상 시험을 진행했고, 2020년 12월 FDA 긴급 승인을 받았습니다. 화이자-바이오엔텍에 이어 두 번째 mRNA 백신이었죠.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수백 배 증가했습니다. 2022년에도 코로나 백신으로 수백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가 갑자기 초대형 제약사가 된 겁니다.
그리고 찾아온 현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멈췄습니다. 코로나가 독감처럼 일상이 되면서 추가 접종 수요가 급감했죠.
2023년부터 모더나의 매출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때 50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투자자들의 질문은 명확합니다. “모더나는 코로나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나?”
코로나 이후의 모더나
호흡기 질환 백신으로 확장
모더나의 첫 번째 전략은 호흡기 질환 백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겁니다.
독감 백신 시장은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입니다. 문제는 기존 독감 백신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변이가 워낙 빠르다 보니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mRNA 기술을 쓰면 여러 변이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습니다. 4가, 5가가 아니라 10가, 20가 백신도 가능합니다. 효과도 더 좋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RSV 백신도 있습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라는 긴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영유아와 노인에게 위험합니다. 모더나의 RSV 백신은 이미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콤보 백신’입니다. 코로나, 독감, RSV를 한 번에 맞는 백신이죠. 편의성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노인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일 겁니다.
암 치료제라는 도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보는 건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입니다.
모더나는 머크(Merck)와 손잡고 흑색종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환자의 종양을 분석해서 그 종양에만 반응하는 맞춤형 백신을 만듭니다.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키트루다)와 병용하면 재발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중간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게 성공하면 파급력이 엄청날 겁니다. 흑색종뿐 아니라 폐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으로도 확대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임상 3상을 통과하고 승인받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희귀 질환도 놓치지 않는다
mRNA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희귀 질환에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제약 산업에서 희귀 질환은 외면받았습니다. 환자 수가 적어서 돈이 안 되니까요. 하지만 mRNA는 플랫폼 기술입니다. 한번 구축된 플랫폼을 여러 질환에 적용할 수 있으니 경제성이 높아집니다.
모더나는 메틸말론산혈증, 프로피온산혈증 같은 희귀 대사 질환 치료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환자 수는 적지만, 치료제가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질환에 mRNA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걱정되는 부분들
임상 실패 리스크
바이오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임상 실패입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후보 물질도 임상 3상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약물들 중 상당수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몇 년 후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때 가봐야 아는 거죠.
특히 암 치료제는 더 어렵습니다. 암은 워낙 복잡한 질병이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경쟁이 만만치 않다
mRNA 기술을 가진 회사가 모더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이 있고, 큐어백도 있고, 사노피도 뛰어들었습니다.
독감 백신 시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GSK, 사노피 같은 기존 강자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mRNA가 대세라면 그들도 개발에 뛰어들거나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 압박이 생깁니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팬데믹 이후 매출 감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백신 매출 감소입니다. 한때 연간 수백억 달러를 벌었는데, 지금은 그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새로운 제품들이 나와서 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독감 백신이 성공한다 해도 코로나 백신만큼 벌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는 비용 절감에 들어갔습니다. 직원을 줄이고, 일부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성장보다 생존이 우선인 시기입니다.
규제와 특허 문제
바이오 산업은 규제가 까다롭습니다. FDA 승인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중간에 승인이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특허 분쟁도 있습니다. mRNA 기술 관련 특허는 여러 기관과 회사가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누가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투자자에게 부담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플랫폼의 힘
모더나의 가장 큰 자산은 플랫폼입니다. mRNA 설계, 제조, 전달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은 한계비용이 낮다는 겁니다. 첫 번째 제품 개발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훨씬 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이프라인이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하나가 실패해도 다른 게 성공하면 되니까요. 이게 전통적인 제약사와 다른 점입니다.
실제 상용화 경험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상용화는 못 합니다. 하지만 모더나는 이미 해냈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면서 대규모 생산, 품질 관리, 유통, 규제 대응 등 모든 걸 경험했습니다. 이건 엄청난 자산입니다.
다음 제품을 내놓을 때 훨씬 수월할 겁니다. 실수도 줄고,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현금은 충분하다
다행히 모더나는 돈 걱정은 없습니다. 코로나 백신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수백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돈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바이오텍들처럼 자금 조달에 허덕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합니다.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분산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뭘 봐야 할까?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분기마다 실적 발표가 나오면 매출과 이익을 봅니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은 그것보다 파이프라인이 중요합니다.
독감 백신 임상 3상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암 치료제는 FDA와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나? 새로운 파트너십은 체결됐나?
이런 뉴스들이 장기적으로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경쟁사 동향
화이자-바이오엔텍, 큐어백 같은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먼저 시장에 진입하면 모더나에게는 불리합니다.
반대로 경쟁사가 임상에서 실패하면 모더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규제 환경
바이오 산업은 정부 정책에 민감합니다. FDA가 승인 기준을 강화하면 모든 회사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약값 규제도 중요합니다. 미국 정부가 메디케어 약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이오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합니다.
경영진의 전략
스테판 방셀 CEO의 발언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비용 절감과 선택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존 모드라고 할 수 있죠. 이게 잘 작동하는지 봐야 합니다.
결국 타이밍의 문제
모더나는 분명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mRNA 플랫폼의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잠재력과 실제 수익은 다른 문제입니다.
코로나 백신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지만, 그건 어쩌면 행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준 기회였으니까요.
이제 회사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독감 백신 시장에는 이미 강자들이 있습니다. 암 치료제 시장은 더 험난합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은 시간이 걸립니다. 애플도 아이폰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회사였습니다. 테슬라도 한때는 망할 뻔했습니다.
모더나도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떨까요? 암 치료제가 성공한다면? 개인 맞춤형 의료가 현실이 된다면?
투자는 결국 믿음입니다. 이 기술이, 이 회사가, 이 경영진이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 것인가가 투자 판단의 핵심입니다.
모더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라는 서막이 끝났을 뿐, 본격적인 드라마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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